만일 우리 인생을 천국으로 가는 항해라고 한다면, 때로 우리는 우리를 뒤흔드는 풍랑과 같은 고난을 만납니다. 사도행전 27장에 보면, 사도 바울이 죄수의 몸으로 로마로 가게 됩니다. 백부장 율리오의 인솔하에 배를 타고 가게 되는데요. 중간에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납니다. 이로 인해 배에 탔던 276명은 2주 남짓 폭풍 속에서 생사를 오가는 사투를 벌이게 되죠. 그런데 그들이 유라굴로를 만나게 된 원인이 있었는데요. 애초에 바울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운항의 총 책임을 맡았던 백부장이 바울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본래 바울은 항해하기 힘든 겨울이 다가오기에 미항에서 그냥 겨울을 보내자고 제안했습니다(9-10절). 하지만 백부장은 바울의 말보다 선장과 선주의 말을 더 믿었습니다(11절).
그렇습니다. 무엇을 더 믿고, 의지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백부장은 바울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선장(captain)은 누구입니까? 실질적으로 배를 운행해 가는 사람 아닙니까? 이 항로로 수없이 많이 다녀봤을 것입니다. 바닷길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전문가입니다. 또한 선주(owner)는 누굽니까? 이 배의 주인입니다. 이 배를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입니다. 한 배를 소유할 정도이면, 재력가 아닙니까? 즉 백부장의 입장에서는 배의 출항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바울보다는 전문가였던 선장과 선주의 말을 믿는 편이 더 합리적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여론이 미항을 떠나자는 것이었습니다(12절). 미항은 겨울을 지내기에 불편하니, 좀 더 편한 장소인 뵈닉스로 가서 겨울을 보내자는 겁니다. 백부장은 다수결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주로 어떻게 합니까?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 보다는 인간적인 생각을 먼저 할 때가 많습니다. 그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 권위자들의 말을 더 신뢰합니다. 게다가 주위에 많은 사람들의 소리에 귀가 솔깃해집니다. 들어보면 정말 합리적이어서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그렇게 해 보면, 처음에는 잘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바울 일행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들이 결정한대로 미항에서 출항했을 때, 남풍이 순하게 불어 왔습니다(13절). 환경이 그렇게 되어져갑니다. 모두가 자신들의 뜻대로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이게 우리 인생 아닙니까? 하나님의 뜻과 인간의 생각,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무엇을 결정할 때,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해야 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요. 하지만, 하나님의 뜻보다는 내 경험과 지식, 내 생각과 뜻을 더 의지합니다. 그러나, 나의 경험과 생각을 의지하는 순간, 우리는 결국 우리 인생의 유라굴로를 만나게 됩니다. 구약의 사사기가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 여러분은 과연 어느 것을 더 믿고 의지하시겠습니까? 하나님의 뜻입니까? 아니면 여러분 자신의 생각입니까? 결정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 어성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