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데일 카네기는 경제 불황이 미국을 덮쳤을 때 뉴욕 맨하탄에서 살고 있었다. 그에게도 모든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었다. 깊은 절망감에 빠진 데일 카네기는 차라리 이대로 인생을 끝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더 이상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어느 날 아침 그는 강물에 몸을 던지려고 집밖으로 나왔다. 강 쪽으로 가기 위해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한 남자가 그를 소리쳐 불렀다. 뒤돌아보니 두 다리를 잃은 사람이 바퀴 달린 판자 위에 앉아 있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보나마나 아주 불행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카네기에게 말했다. “선생님, 연필 몇 자루만 사 주시겠습니까?” 카네기는 남자가 내미는 연필 자루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1달러 한 장을 꺼내 주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강을 향해 걸어갔다. 남자가 카네기에게로 굴러오면서 소리쳤다. “선생님, 연필을 가져 가셔야죠.” 카네기는 그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며 말했다. “그냥 두시오. 난 이제 연필이 필요 없는 사람이요.” 하지만 그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두 블록이나 따라오면서 카네기에게 연필을 가져가든지 아니면 돈을 도로 가져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는 동안, 내내 그 남자는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마침내 연필 몇 자루를 받아든 카네기는 자신이 더 이상 자살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훗날 카네기는 말했다. “난 내가 살아있어야 할 아무런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다리가 없으면서도 미소 지을 힘을 갖고 있는 그 남자를 보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단순한 미소 하나가 한 인간에게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불어넣은 것이다.

-류시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