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뿐인가. 수많은 유대인 변호사가 독일에 집요하게 요구해 엄청난 배상을 받아냈고, 스위스에 숨겨 놓은 조상들의 계좌도 찾아내 후손에게 돌려줬다. 또 유럽에 산재해 있는 집단수용소 역사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게 해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도 20여 군데의 유대인 대학살 박물관을 만들어 놨다. 뿌리가 뽑힐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왜 똑같은 전범 국가 일본이 자신의 침략을 미화하는 데도, 독일은 처절하리만큼 사죄하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가. 독일인과 일본인의 국민성도 있지만 유대인의 집요한 투쟁이 큰 몫을 담당한다. 투쟁만 갖고 되는가. 힘도 있어야 한다. 그들은 미국의 수퍼파워를 업고 일한다.
유대인의 대학살 박물관에 가면 안내자가 꼭 묻는다. “어떻게 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나요?” 정답은 “자유와 평화는 싸워 얻는 것이지 공짜가 아닙니다.” 다. “왜 나치와 같은 악한 사람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었나요?” “나를 비롯한 세계인이 잠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 답도 마찬가지다.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이 함께 일어나 일본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일본을 능가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힘이 적으면 힘 있는 국가를 친구로 삼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과거를 잊는 것이 아니고 과거의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며 끊임없이 일본의 죄상을 파헤치고 전범들을 국제사회가 심판하게 해야 한다. 또한 세계인에게 알려 여론화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도 일본의 대학살 박물관을 만들어 세계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원수를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와 자유가 넘치는 세계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다.

현 용수 재미 교육학자. 명지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