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는 위대한 인물에게 가려진 채 자신의 일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항상 엘리야가 먼저였고, 그 다음이 엘리사였다. 엘리야가 길을 내면, 엘리사는 그 길을 넓혔다. 엘리야는 불같은 선지자로 사납게 생겼으며 낡은 가죽옷으로 자신을 감싼 채 광야에서 살았다. 엘리사는 유복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았고 가정의 안락함을 즐기며 살았다.

엘리사의 대부분의 사역은 전임자의 굉장한 명성에 가려져 있었으며, 엘리야가 사라진 후 엘리사가 자신의 일을 잘 수행 할 때조차도 사람들은 그를 “전에 엘리야의 손에 물을 붓던 사밧의 아들 엘리사”로 기억했다. 엘리야가 바알의 거짓 선지자들을 잡아 처형하고, 사마리아 지방에 3년 반의 기근이 끝날 것을 선언한 후 약속된 비가 내렸을 때 악한 여왕 이세벨이 그를 죽이려고 사람을 보냈고, 유다의 광야를 달려 피신한 그는 로뎀나무 아래 엎드려 하나님께 자신의 목숨을 끊어 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께서는 쇠잔한 종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셨고, 그의 사명을 이을 후계자로서 엘리사에게 기름을 붓도록 명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의 임무를 이어갈 후계자가 필요함을 아셨을 뿐 아닐, 그 이상을 알고 계셨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에게 기쁠 때나 절망의 순간에 승리와 패배를 함께 나눌 친구가 필요함을 알고 계셨다.

엘리사의 첫 번째 임무는 바로 엘리야의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엘리야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귀가 되고 위로의 말을 전해주며 바로 그 곁에 함께 있어 주는 것이 그의 사명이었다. 동료로서 엘리야의 마음에 신선한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전해 주는 것이었다. 나이든 선지자가 하나님 앞으로 불려갈 때까지 10년 동안 엘리사는 엘리야를 섬겼고 사마리아 지방의 먼지 이는 길을 함께 걸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다윗이 위기를 겪을 때, 요나단은 다윗의 친구로서 그의 곁에 있었다. 다윗이 왕위에 오르며 명성과 칭찬을 누릴 때에도 요나단이 그의 곁에 있었다. 다윗이 살 가치가 없다고 느꼈을 때, 이새의 아들을 위로했던 사람이 바로 요나단이었다. 2015년 새해를 맞으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야 할까 생각해본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임하셨던 낮고 겸손한 모습으로 마음에 어려움을 겪고 여러 가지 힘든 형편에 처해있는 형제자매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많은 위로의 말들을 전해주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어려운 마음을 함께 나누고 함께 있어주고 함께 견딤으로 인하여 주님의 위로와 사랑을 전하는 것도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한 모습일 것이다. 새해에는 나부터 낮고 겸손한 친구의 모습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소외되고 가난한 자, 병든 자들의 친구였던 예수님처럼…….

글 민 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