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향이나 목적을 구체적으로 바꿀 정도의 복음이 아니라, 그저 가족이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마음의 평안을 느끼며, 사회에서 칭찬받고 윤리적으로 바르게 행동하는 정도의 복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적당한’ 신앙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의 세속화를 걱정한다. 교회의 세속화가 교회의 본질을 잃게 한다며, 세속화가 교회와 기독교를 망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앙의 세속화’란 세상의 문화로 인해 우리 신앙의 본질이 변화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조차 세속화를 이야기하는 세상 문화의 뿌리를 자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교회의 세속화란 무엇인가? 우리 시대에 가장 존경받는 신학자 중 한 분인 D. A. 카슨은 세속화란 “우리의 신앙을 포기하도록 하는 어떤 사회적 자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이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속화의 두드러진 원인은 신앙을 희생이 아닌 안정감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앙은 희생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희생보다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찾으려 하며, 여기에서 세속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세속화가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오늘날 성도들은 세상의 문화와 싸워 이기려고 교회에 더 자주 모이고, 예배를 더 많이 드리고, 세상의 유행가보다 찬송을 더 많이 부르고, 예수 믿는 사람들과만 사귀고, 성경을 더 많이 이야기하려 한다. 그것이 세속화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다. 내 믿음이 내 삶에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이미 세속화된 신앙이다. 이것이 바로 적당한 믿음, 적당한 신앙생활인 것이다. 우리의 적당한 신앙이 기독교의 세속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 오대식, 「교회를 세우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