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집회가 한참 진행되는 가운데 한 강사님이 하나님께 대한 전적인 헌신을 강하게 도전하셨다. 그때 나는 속 편히 ‘그래, 헌신해라, 헌신해야지!’ 그러고 있는데 주님이 “너도!”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약간의 당혹감과 함께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뜸 이렇게 말했다.

“했잖아요. 다 했잖아요. 백만장자가 되는 것도 포기하고 헌신해서 그나마 남아 있던 것까지 다 가져가셔서 이제 아무것도 없어요. 책 하고 옷 빼고는. 지금 겨우 친구 방에 얹혀살고 있잖아요.” 쉽게 말해서 “제가 얼마나 헌신했는지 다 아시면서 뭘 더 헌신하라고 하시는 거에요?” 라고 한 셈이다.

그런데 주님의 음성이 매우 단호했다. “난 너에게 있는 무엇을 요구한 게 아니다. 너의 손에 있는 뭘 달라는 것도 아니다. 나는 너를 원한다.”

나는 마치 큰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 속이 멍해지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주님은 내게 있는 무엇을 받기 원하시는 분이 아니라 ‘나’를 원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일전에 주님을 나의 구주와 주인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올인’을 했다면, 이제는 그분의 부르심 앞에 내가 가진 무언가를 드리는 헌신이 아닌 나 자신을 ‘올인’하는 헌신의 시간이었다. “주님, 저 여기 있습니다. 저는 주님의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오해하는 것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주님은 마치 우리가 뭘 좀 가지고 있는 꼴을 못 보시고, 강요하듯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분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주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우리의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주님은 우리의 주인이기를 원하신다. 이전에 내가 주인되어 내가 원하는 삶을 살던 우리에게 주님은 말씀하신다. “회개하라!”

- 윤성철, 「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