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제가 청년 시절, 청년부 담당 목사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죄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손을 들어 주세요” 그러자 여러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럼, 혹시 의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손을 들어 주세요!” 또 몇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죄인인가요? 아니면 의인인가요?

바울은 로마서 1장 18절부터 3장 20절까지, 이방인, 유대인 할 것 없이 모두 죄인임을 자세히 밝히고 있는데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죄 아래에 있다”(롬 3:7).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롬 3:10). 이런 사실을 보면, 분명 우리는 죄인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로마서 3장 21절에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율법 외의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습니다. 마치 캄캄한 동굴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비추는 것 같습니다. 그 반전의 내용이 24절입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 비록 우리는 명백한 죄인이지만, 이제 하나님께서 우리를 죄 없다고 간주해 주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우리를 의롭다 여겨 주신다는 거에요. 이것이 바로 칭의(justification)입니다. 24절을 NLT 영어 성경으로 보면, “Yet God, in his grace, freely makes us right in his sight.” 즉, 하나님이 하나님 자신의 관점에서 우리를 의롭다고 여겨 주신다는 것이에요.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죄인이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의인입니다. 물론 우리의 죄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25절 말씀처럼, 하나님이 우리의 죄를 ‘간과’하시는(pass over, NKJV)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무슨 근거로 우리의 죄를 간과하시고, 우리를 의롭다고 여겨 주시는 것입니까? 바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그렇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24절),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25절). 즉 예수님이 친히 유월절 어린 양이 되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죄인 된 우리를 보실 때, 우리 영혼의 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뿌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보고, 우리를 의롭다 여겨 주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우리의 죄를 덮을 수 있을까요? 바로 믿음으로 가능합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by placing our faith in Jesus Christ)(22절, NLT) 우리가 예수 피를 힘입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여김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믿음이 바로 하나님의 의가 우리에게 오는 통로가 되는 셈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의 의가 비췄습니다. 구원의 길이 열렸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밖에 환하게 햇살이 비춘다 하더라도, 창문의 커튼을 닫아 놓으면 빛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믿음은 하나님의 의의 햇살을 내 영혼에 받아 들이기 위해서, 창문의 커튼을 활짝 여는 것과 같습니다. 즉 하나님의 의에 대한 응답이 바로 믿음입니다.

결국 칭의에 대해서 우리가 내세울 것은 없습니다. 우리의 의도, 공로도 없어요.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24절)가 된 것입니다. 바울은 이 사실에 대해 에베소서에서 더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엡 2:8-9). 특별히 9절 상반절이 NLT 영어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Salvation is not a reward for the good things we have done,” 즉 구원은 우리가 행한 선행에 대한 보상(reward)의 차원이 아니라는 겁니다. 구원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요 선물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 종교와 기독교의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세상 종교는 자신이 무언가를 노력하고 성취해 이룬 대가로서의 구원을 말합니다. 하지만 기독교는 접근법 자체가 다릅니다. 구원의 가능성이 죄인된 우리에게는 전혀 없습니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비록 구원에 있어서 믿음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믿음 자체가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의 은혜가 우리를 구원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영혼의 창문의 커튼을 믿음으로 활짝 연다 할지라도, 밖에 구원의 은혜의 햇살이 비추지 않는다면, 햇살을 받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믿음 이전에, 우리를 향하신 신실하신 하나님의 은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은혜가 있었음을 늘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의와 자랑, 공로를 다 내려 놓고, 오직 값 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나아가 그 은혜에 감사하고 감격하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 어성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