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을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1982년 제가 사범대학에 입학할 때 교사는 천덕꾸러기 같은 직업이었습니다. 하지만 1997년 나라가 외환 위기를 겪으며 교직은 신의 직장이 되었습니다. [중략]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여름, 기독교사대회를 앞두고 리더들이 막바지 준비 모임으로 모여 예배를 드리던 때였습니다. 저를 ‘괴롭혀 오던’ 박상진 목사님이 설교자로 나섰지요. 목사님은 TCF 간사 시절에 호주의 나덕영 선교사님이 사람의 헌신과 관련해서 해 주신 말씀이 있다고 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달걀 프라이보다는 통닭구이를 좋아하신다더군요. 자신의 몸이 만든 일부만 주님께 드리는 사람보다는 존재 전체를 드리는 사람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기독 교사 운동을 자기 인생의 과제로 끌어안고 전적으로 주님께 자신을 드릴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유머 섞인 비유에 리더들은 모두 웃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말씀을 듣던 제게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졌습니다. 모두 웃는 분위기에 혼자 울다니요. [중략]

부르심이 분명했기에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그분을 따라 나섰습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해 아내에게 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산 한모퉁이를 돌아야 그 다음이 보이는 것 아닌가요? 퇴직 후에 주어지는 보장된 삶을 생각하지 말고 일단 나서 보지요.”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중략]

막연하고 거창한 수준으로 버림을 이해해서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오늘 내 삶의 중심에 구체적으로 들어와 하시는 말씀에 순종하자는 것입니다. 크든 작든 말이지요. 설령 작은 수준의 버림일지라도 주님의 요구에 순종하면, 그게 쌓여 나중에 큰 것도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것을 버릴 때 찾아오는 은총과 주님과의 사귐의 기쁨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 송인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