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窓)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세상의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획득한다. 신문기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언어이기에 때로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투자하기도 한다. 1850년대 미국 신문은 ‘골드러시’로 도배됐다. 금을 부추기는 기사들은 “땅에서 줍기만 하면 내 것”이라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보도만 믿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서부로 몰려갔던 이들은 불과 몇 주만에 알거지로 전락했다. 보도의 출처는 폐광을 구입한 후 투자자를 모집해 사기를 치려했던 이들. 사기꾼의 농간에 넘어간 언론이 사기에 가담한 꼴이 돼버린 웃지못할 사례다. 1980년 워싱턴포스트지 1면에 실린 ‘지미의 세계(Jimmy’s World)’는 세계 언론사에 ‘허위보도’라는 씻지 못할 오명을 남겼다. ‘지미의 세계’는 다섯살부터 마약중독자였던 흑인 아이 지미의 삶을 다뤘다. 3대에 걸친 빈민가정의 마약중독사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기사는, ‘탐사보도의 극치’라는 극찬을 받으며 초년생 여기자 재닛 쿠크에게 ‘언론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을 안겨줬다. 그러나 지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 결국 기사가 아닌 소설을 쓴 재닛 쿠크는 받았던 상을 반납해야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3페이지가 넘는 지면을 할애해 사과문을 실어야 했다. 언론인 스스로 ‘언론은 거짓말’이라고 자백한 이도 있다. 에릭 번스는 ‘FOX 뉴스워치’를 10여년간 진행한 베테랑 기자다. 그는 2008년 FOX를 그만두며 “폭스뉴스는 뉴스가 아니라 이야기”라고 폭로했다. 2009년 미국 언론역사의 부정행위를 파헤친 ‘All the news unfit to print’를 출간한 그는 “미국 언론의 역사는 온갖 오류와 은폐와 누락과 장난과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대다수 사람들은 언론이 이끄는 대로, 기사에 기록된 대로, 믿고, 판단하고, 사고한다. 문제는 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에서 맛의 부족함을 느끼는 현대인의 입맛처럼, 부풀리고 포장된 자극적인 언어의 맛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말로는 의사전달에 부족함을 느끼는 과잉언어의 시대다. ‘제안했다’는 말도 ‘파격적으로 제안했다”고 써야 입맛에 맞고, ‘슬퍼했다’는 표현도 ‘억장이 무너졌다’로 표현해야 그럴듯하다.
– 최윤주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