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 폴 사르트르 (J. P. Sartre)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뛰어난 문필가로서 <자유의 길>, <파리>등 많은 문학 작품을 남겼다. 그는 무신론적 실존주의 철학자의 거두답게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인간은 종교적 가르침 없이도 충분히 선할 수 있다면서 천국과 지옥에 관한 기독교의 교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주장에 영향을 받아 많은 젊은이가 교회를 떠났다. 사르트르는 노년에 폐수종이라는 병에 걸렸다. 의사는 프랑스의 자랑인 대철학자에게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렸다. 그러자 사르트르는 의사에게 욕을 하면서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의 이런 발악은 임종을 맞이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병원 측은 인생의 철학을 정립한 노학자이기에 담담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보통 사람보다 더 크게 반항하고 행패를 부리는 모습에 몹시 당황했다. 그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면회를 제한하기까지 했다. 얼마 후에 사르트르는 죽었고 죽음 앞에서 보인 그의 반응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매우 실망하고 의아해했다. 인간의 선한 의지와 자긍심을 주창한 대철학자가 누구나 겪는 죽음 앞에서 그토록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한 지방 신문 기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심판의 하나님을 만날 사실이 사르트르를 공포로 몰아넣어 그로 죽음을 그토록 거부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 홍성욱의 <교회만이 희망이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