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3장 3-4절 말씀에는, 인자와 진리가 네게서 떠나지 말게 하고 그것을 네 목에 매며 네 마음 판에 새기라 그리하면 네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은총과 귀중히 여김을 받으리라. 고 하셨습니다. 1992년 LA 흑인폭동이 있었습니다. 로드니 킹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흑인에 대한 백인경찰의 구타장면이 비디오로 촬영되어 알려지게 되면서 흑인들의 공분을 자아 낸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혹은 미국의 한인사회가 오히려 경악할 일은 흑인들의 공분이 백인을 향할 뿐 아니라 한인들을 향했다는 것입니다. 분노한 흑인들이 buffer zone 이라는 부르는 백인과 흑인 주거지역 사이에 완충지역처럼 있던 공간에 있는 한인 가게들을 집중적으로 불 지르고 약탈한 것입니다. 한인들로서는 아니 왜 우리한테?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고, 국내에서는 초기에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한인 가게 중 단 하나만 불타지 않았다. 불타지 않은 단 하나의 가게는 홍 정복 씨가 운영하는 매일 저녁 상점의 물건들을 정리할 때, 거의 팔지 못할 정도의 식품이 생기면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그 때 주인이 그 중에서 먹을 만한 것을 골라 깨끗이 포장해서 상점 주변의 굶주린 흑인들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상점 한 모퉁이에 베니어판 몇 장으로 그들의 휴식처도 만들어 주었고, 분유 살 돈이 없는 흑인 여성에게 물건을 거저 내주곤 했습니다. 자기 가게에서 맥주 몇 병을 훔쳐 달아나는 청년의 뒤에서 ‘조심해, 넘어질라!’라며 걱정 어린 말을 해준 이야기는 흑인들 사이에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홍씨의 푸근한 정에 흑인들도 감사로 화답했습니다. 흑인 폭동이 일어났을 때, 흑인 주민들이 번갈아 가며 이 가게를 지켜 주었다고 합니다. 최성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