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

 

달력도 없고 신문도 없는

“까띠뿌난” 마을에

손톱에 때를 묻히며 그는 서 있다

 

십자가도 초라한 예배당 모퉁이에

뽀얀 살의 내가 부끄러이 고개 숙이니

곱슬머리 맑은 눈의 그가

잘 왔다 인사 한다.

 

내가 기다리던 그가

나를 기다리던 그가

온 마을을 사랑으로 불을 밝히고

함께 노래하자 한다.

 

함께 부르는 노래 가락

흔드는 손끝마다

환한 웃음 눈물겹다

 

물소 달구지를 타고

도시로 떠나는 형제를 위하여

손 흔드는 “까띠뿌난”의 예수

 

다시 보자

거룩한 손 오늘도 흔들고 있다

 

김윤환 詩

 

*까띠뿌난은 우리교회 중고등부가 단기 선교를 갔던 필리핀의 산악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