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분수를 모르고 남의 말에 귀가 솔깃하다 보면 재앙을 당할 때가 있잖아요. 어느 숲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그런 얘기예요. 추운 겨울날 불씨 하나가 꺼져가고 있었어요. 새 장작도 더 이상 없고, 여행자들의 발길도 뚝 끊어지고 말았어요. 불은 점차 기운이 없어져 갔어요. 자기의 종말을 내려다보면서 불이 숲에게 말을 건넸어요. “숲아, 숲아, 네 운명은 왜 그렇게 가혹하니? 잎이라고는 하나도 붙어있지 않고 벌거벗은 채로 얼어 죽고 있지 않니?” “모두가 눈에 파묻히는 계절이잖니. 겨울이 오면 나는 늘 이런 모양이야. 잎을 푸르게 할 수도, 꽃을 피울 수도 없어. 그게 나의 운명이 아니겠니.” 숲의 대답에 불이 발끈했어요.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고! 나하고 친구가 되면 내가 너를 도울 수 있어. 보라고! 나는 태양과 형제야. 겨울에도 태양에 뒤지지 않게 기적을 부릴 수 있어. 눈이 온 세상을 뒤덮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나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할 수 있지. 온실은 아마도 내 위력을 알 거야. 나는 허풍쟁이가 아냐. 그 때문에 모두가 나를 찬양하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힘에 있어서 태양에 질 생각이 없어. 햇빛이 아무리 강렬해도 눈을 다 녹일 수는 없잖아? 하지만 나를 봐. 내 주위에는 눈이 버티고 서 있을 수가 없어. 만약 네가 겨울에도 봄이나 여름처럼 푸른 옷을 입고 싶다면 내게 너를 도와줄 수 있어.”
숲은 귀가 솔깃했어요. 욕심이 생겼던 거지요. 그래! 불과 친구가 되면 겨울에도 풍성한 이파리를 걸치고 떨지 않아도 될지 몰라! 숲은 불과 친구가 되기로 하고서 자신의 몸뚱이를 얼른 불에게 내줬어요. 그 다음엔 어떻게 됐을까요? 불은 나무들의 줄기와 가지를 막 뛰어다니기 시작했어요. 작은 불은 점점 더 큰 불이 되고 드디어는 숲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어요. 검은 연기가 실타래가 되어 구름까지 닿고 말았어요. 그렇게 모든 것이 끝장이 나고 말았어요. 더운 여름날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졌던 그 아름다웠던 숲에는 이제 타버린 그루터기만 외롭게 서 있게 됐어요. 나무가 불하고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 * 이반크르일로프 우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