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하신 하나님의 무한한 자비가 한 아기, 곧 그분의 아들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한 아기가 태어났고,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인간의 아기, 하나님의 아들은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오셨습니다. 나는 그분을 알고, 그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분을 사랑합니다. 나는 그분의 것이며, 그분은 나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나의 삶이 오직 그분께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삶은 오직 한 아기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 본회퍼, “1940년 성탄절 설교” 중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은총의 날을 기다렸습니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된 이 기다림의 역사는 고난 속에서도 대를 이어 계속되었습니다. 그들이 기다려온 은총의 날은 어떤 날입니까? 그날은 이스라엘을 절망과 어둠 속에서 구원해줄 메시야, 그리스도가 오시는 날입니다. 메시야, 그리스도, 곧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 자신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다리는 성탄절도 이 놀라운 구원자, 하나님의 아들, 곧 하나님이 나타나시는 날입니다.
어둠이 가득한 땅에 밝은 빛을 비추어 주실 분, 죽음의 그늘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실 분, 이 세상 모든 죄악을 그 한 어깨에 짊어지실 분, 모든 폭압과 불의를 몰아내고 공평과 정의를 펼치실 분, 마침내 이 땅에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실 분! 과연 그리스도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실까요? 얼마나 찬란한 능력과 영광의 광채를 발하실까요? 일찍이 모세밖에는 감히 하나님의 광영의 그 뒷모습조차 본 사람이 없다는데, 하나님 자신이 정면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시면, 그 광휘는 얼마나 밝고 또 밝겠습니까?
그러나 놀랍게도, 이 땅에 오시는 하나님의 아들의 모습은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일찍이 이사야는 그분이 한 아기로 우리에게 오신다고 예언했지요. 복음서는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초라한 아기를 보여줍니다. 아기라니요? 독수리 오형제를 복제한다 해도, 저 신화적 영웅 헤라클레스를 소환한다 해도 이루기 어려운 구원의 역사를 위해, 겨우 한 아기가 온다는 말입니까? 세상을 구원하기는커녕 제 한 몸조차 지킬 수 없는 연약한 아기 말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한 아기가 바로 성탄의 은총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가 감싸 주고 보듬어 안고 사랑해야 할 한 아기로 오셨고, 또 오십니다.
우리에게 주시는 한 아기, 여기에 우리의 구원이 있습니다. 구원은 그저 주저앉아서 받는 구호품이 아닙니다. 그런 거짓 구원은 우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우리를 무력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으로 세우는 구원입니다. 성탄의 구원은 우리에게 주신 아기와 함께 일어서서 새롭게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오시는 아기와 함께 다시 구원의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 본회퍼와 함께 기다리는 성탄 (대한기독교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