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에 응답하실 때, 하나님은 일반적으로 인간이라는 대리인을 통하신다. 네덜란드에 갔을 때, 앞뒤가 꽉 막힌 칼뱅주의자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1950대에 전국을 휩쓸며 엄청난 피해를 몰고온 대홍수 당시, 이들은 창고 지붕 위로 기어올라가 버티면서도 모든 도움의 손길을 물리쳤다고 한다. 농부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하나님이 구원해주실 거에요.”

무섭게 흘러가는 물살에 갇힌 채 지붕 꼭대기에 앉아 버티는 농부를 주인공 삼은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웃 사람이 조그만 보트를 타고 가 도와주겠다고 하자 농부는 정중히 사양했다. “하나님이 지켜주시겠죠.” 이번에는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구조대원은 밧줄을 내려보내며 스피커를 통해 지시했다. “구명줄만 잡으세요. 우리가 안전하게 끌어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농부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간 사나운 물살이 곳간을 집어삼키고 농부의 모습은 흙탕물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하늘나라에 간 농부는 하나님께 따졌다. “당연히 지켜주실 줄 알았어요. 도대체 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은 이유가 뭐죠?” 그러자 하나님이 대답하셨다. “그래서 보트를 보내고 헬리콥터까지 보내줬잖니? 그만큼 애썼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거니?”

- 필립 얀시(Philip D. Yancey),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