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분노’는 예수님의 분노 또는 정의를 위한 공분(公憤)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사실 예수님처럼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거룩하고 온유한 성품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내게 거룩한 분노는 희망사항이요 기도제목이기도 하다.

 요즘은 거룩한 분노의 유사품이라도 좋으니 악하고 음란한 세대를 향해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이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다면서 자포자기와 패배의식에 빠져 소리조차 내지 못할까 염려된다. 세례요한처럼 정면에서 용감하게 선포하다가 죽지는 못해도 멀리 광야에서 몇 사람이라도 듣게 외치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예수님은 거룩한 분노로만 끝내지 않으셨다. 중요한 점은 시작한 것을 성취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거룩한 분노보다 겸손한 순종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 않은가. 예수님께서 거룩한 분노로만 사역하셨다면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수 있었을까. 아버지의 뜻을 행하며, 아버지께서 주신 말씀만 하며, 오직 아버지 하나님의 영광만을 구하는 겸손한 순종이 지금 우리를 구원의 자리에 있게 한 것이다. 거룩한 분노를 겸손한 순종으로 잘 다듬어 가야 하겠다. 장 봉생 글